밖에 나가면 편히 눈 둘 데가 없다. 길을 걷다 보면 시선이 닿는 곳마다 수많은 금지 문구가 눈을 찔러댄다.하지 마라, 금지한다. 온통 금지 투성이다. 심지어 산 정상에 올라도 눈앞에 펼쳐진 경치보다 붉은 글씨로 쓰인 금지 사항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접근 금지, 야호 소리 지르기 금지, 쓰레기 투기 금지, 이런 금지 저런 금지... 30여 년 독일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인천상륙작전'을 무사히 마친 첫해만 해도, 이래저래 금한다는 말들은 들기름 좀 챙겨가라는 엄마의 잔소리 정도로 여겼다. 지하철 계단마다 촘촘히 붙어 있는 우측통행 문구나 붐비는 환승 구역의 자리 이동에 대한 안내문도 출퇴근 혼잡을 피하기 위한 안전조치려니 했다. 하지만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반복되는 안내 방송을 견디는 일은 고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