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Bonn)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는 문과였고, 대학에서는 독일어를 전공한 내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기로 했다. 훗날 내 박사논문 지도교수인 렌더스(Prof. W. Lenders) 교수가 논문 지도를 받고 싶으면 실력부터 갖춰 오라고 했으니 나는 기초부터 제대로 공부할 셈이었다. 첫 학기에는 몇몇 전공 수업을 들었지만, 두 번째 학기에는 오로지 부전공 딱 한 과목만 수강 신청했다. .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공부하든, 부전공으로 택했든 꼭 통과해야 하는 과목이었다. 이 과목을 이수하지 못하면 부전공을 바꾸거나 대학을 옮겨야 했다. 계단식 강의실은 500명은 족히 돼 보이는 앳된 얼굴의 새내기들로 늘 도떼기시장 같았다. 교수는 수업 내내 여섯 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