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16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다

웹 디자이너 과정을 마치고 다음 단계로 Web Developer 수업을 들었다. 6주 동안 JavaScript, NodeJS 서버 구축, 그리고 ReactJS와 VueJS을 사용해 Single Page Application을 제작하는 것을 배웠다. 6주 강의를 듣고 2주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로 수제 도자기를 파는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다. 웹사이트 테스트 마쳤고, 내가 만든 NodeJS 서버와 연동돼서 잘 작동한다. 이 온라인 쇼핑몰은 올 가을에 귀국해서 언니와 함께 놀 놀이터다. 영업 전이라 현재 서버는 꺼놓은 상태다. 그래서 웹페이지는 볼 수 없다. 이 놀이터에서 언니는 도자기를 굽고, 나는 쇼핑몰을 제작 관리하며 판매하려 한다. 서로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을 하면서 수입까지 생기면..

하프타임 2023.04.08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다

역시 배움은 즐겁다.지난 12월부터 넉달 과정인 'Webdesign & Javascript developer' 수업에 등록해 웹사이트 만들고 관리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서버, 데이터베이스와 관련된 일을 하던 Backend-developer였다. 웹사이트 쪽은 생소해서 전문 과정에 등록해 제대로 배워보기로 했다. 이 공부를 시작하기 전 꽤 고민했다. 수십 년간 IT 기업에서 일하며 쌓아온 경력과 지식을 은퇴 후 개인의 영역으로 가져와 써먹으려니 체급이 맞지 않았다. 다운사이징 방편으로, 내가 읽은 책들을 관리해주는 도서 관리 시스템을 만들려다 관뒀다. 무료로 쓸 수 있는 훌륭한 앱이 넘쳐난다. 그거 쓰면 된다. '유투브에서 강의를 해볼까?' 흠... 이건 내 혀가 짧아서 가오가 안 선다. 이 ..

하프타임 2023.02.18

자동차 주문, 그리고 몇 가지 단상

엊그제 한국에서 탈 차를 주문했다.새 차 출고 기간이 1년 넘어가는 것들도 있으니 서둘러야 한다는 말에 10만 원을 내고 덥석 주문을 넣었다. 지금으로부터 16개월 후, 2024년 2월에나 만날 수 있으니 차보다 내가 먼저 파주에 도착한다. 1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놀라 도나우 동네 자동차 판매점을 찾았다. 내가 주문한 차종은 독일에서도 8~10개월을 기다려야 한단다. BMW 전기차의 출고 기간은 18개월이란다. 글로벌하게 이게 대체 뭔 난리인지. 처음부터 새 차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중고차에 관해 묻자 한국에 있는 지인들 모두가 손을 내저었다. 토박이들이 말리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나는 새 차를 사기로 했다. 독일에서 30년째 사는 나는 국산 차를 잘 모른다. 지인들에게 물으니 현대 ..

하프타임 2022.11.25

나의 책 출판 이야기

처음부터 책을 내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퇴사 후, 지난 삶을 돌아보는 글을 올해 6개월간 '딱 좋아' 블로그에 비공개로 썼다. 짬짬이 찍어놓은 사진을 곁들여 30년 독일에서의 삶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적어나갔다. 책 읽기의 어려움은 첫 장부터 읽으려는 성실한 마음가짐 때문이고, 글쓰기의 어려움은 시간순으로 (혹은 기초부터) 적으려는 치밀함 때문은 아닐까? 학술 논문도 아니고, 위인전을 쓰려는 것도 아니니 시간순 글쓰기라는 압박은 가뿐히 내려놓았다. 반년 동안 꽤 많은 글이 쌓여갔다. 그간 어지간히 할 말이 많았나 보다. 어느 날 쏟아놓은 이야기들을 혼자서 읽다가, 문득 '책으로 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써놓은 글들을 공개로 돌리지도 않으면서, 이 이야기들을 책으로 낸다고?'지극히 사적인 이야..

하프타임 2022.11.12

지금은 내 인생의 하프타임

프랑크푸르트 국제 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30여 분 전부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단번에 내 귀가 막힌다. 물을 마셔보고 입으로 크게 숨을 쉬어봐도 소용없다. 착륙이 임박하면 막힌 귀가 팽팽하게 아려온다. 은퇴도 마찬가지였다. 14개월의 준비 기간을 가졌지만 은퇴의 충격은 적지 않았다. 매달 통장에 찍히던 월급이 사라졌다. 이럴 줄 알고 대책을 세워놨지만 팽팽한 귀 막힘은 어쩔 수가 없었다. 회사를 그만둔 지 얼마 안 돼서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딸, 너 이제는 실업자니까 용돈은 그만 보내."'아버지, 저 실업자 아니고 은퇴자예요!'아버지에게 은퇴자와 실업자는 동의어인가 보다. 내 건강보험 카드의 이름 앞에는 'Dr.'라고 쓰여있다. 독일에서는 박사학위를 한 사람의 신분증에 'Dr..

하프타임 2022.11.02

오~ 오 서방!

엄마는 내 남편을 '오 서방'이라고 부르신다."잘 지냈는가, 오 서방~""오 서방, 언제 한국 올 텐가?" (장모님의 이 질문에 대한 오 서방의 대답은 늘 '내일'이다.)큰 사위는 강 서방, 막내 사위는 전 서방, 그리고 둘째 사위는 오 서방으로 일관성 있게 부르신다. 남편의 성이 '오' 씨 일리가 없다. 남편의 성은 올브리히(Olbrich)이다. 이 복잡한 발음에서 첫음절을 뚝 잘라내 엄마는 이국의 사위에게 오씨 성을 만들어 주셨다. 어느 날 남편에게 물었다."내 삶의 모토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즐겁게 살자!'야. 당신은?"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남편이 "Happy wife, happy life!"를 외쳤다. 남편의 슬기로운 삶의 모토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살짝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지기 싫어하는 ..

하프타임 2022.06.20

일기보다 가계부

꽃보다 남자, 일기보다 가계부다. 일기는 드문드문 쓰지만 가계부는 신혼 초부터 매일 쓰고 있다. 가계부는 아날로그과 디지털, 두 가지 방식으로 작성한다. 한 해가 시작되기 전에 내가 직접 만든 열두 달 치 가계부를 출력해놓는다. 수입과 지출이 생길 때마다 종이 가계부에 빠짐없이 기록한다. 매달 마지막 날에는 종이 가계부에 쓴 한 달 치 내용을 엑셀로 만든 디지털 가계부에 옮겨 쓴다. 가계부의 전산화는 통계를 위해서다. 열두 칸이 빼곡히 채워지는 연말에는 일 년 수입과 지출을 항목별로 한눈에 볼 수 있다. 내가 24년째 가계부를 쓰는 이유는 이렇다.첫째, 저축을 체계화할 수 있다. 한 달 생활비를 예측할 수 있어서, 저축 먼저 하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매월 1일, 나는 수입에서 한 ..

하프타임 2022.04.16

단짠단짠의 책읽기

나는 침대에서 스탠드 불빛으로 책을 읽고 있다. 옆에 비스듬히 앉아 독서하는 남편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터지는 웃음을 꾹꾹 누르고 있다. 참던 방귀 쏟아지듯이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만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크게 웃어본다. 김호연 작가의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다. 뭐 이런 한숨 나오는 이야기를 몽글몽글 유쾌하게 쓴다니. 하루의 끝자락에 책 읽기는 꿀맛이다. 우리 집 침실에는 TV(어차피 이건 집에 없다), 오디오 같은 전자 기기가 없다. 잠들기 전 책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은 침실 문을 넘지 못한다. 남편과 나의 불문율이다. 스마트폰은 침실 앞 협탁에 무음으로 올려놓는다. 잠들기 전 나는 전자책을 읽고 남편은 종이책을 읽는다. 내게 전자책은 4차 산업혁명에 버금간다. 읽고 싶은 모국..

하프타임 2022.04.07

그 아이, 정아

드디어 밤을 꼴딱 새우고 봤다. 드라마 을.그리고 그 아이, 정아를 기억해냈다. 은 오래전 언니가 꼭 보라던, 생각할 거리가 많고 재밌다며 추천했던 드라마였다. 하지만 보지 않았다.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끊지 못하고 밤새고 볼 테고, 출근해서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테니까. 주중에는 회사 일로, 주말에는 밀어뒀던 집안일 하느라 은 내게서 금세 잊혔다. 자발적 은퇴가 시작된 올해 초부터 더 이상 회사에 매이는 시간은 없지만 '드라마나 보고' 있기는 싫었다. 그러다 얼마 전에 허리 디스크가 터져 남편이 병원에 입원했다. 혼자 있는 집에 사람 목소리가 필요했다. 불현듯, 문득, 느닷없이 이 생각났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초등학교 때 우리 반 아이, 정아(이름이 정화일 수도 있겠다)를 ..

하프타임 2022.03.31

달력의 용도

나는 머리가 복잡하면 달력 한 장을 뜯어낸다. 달력은 크면 클수록 좋다. 뒤죽박죽 엉켜있는 생각을 단어 혹은 단문으로 텅 빈 달력 뒷면에 하나씩 끄집어낸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적는다. 색연필, 사인펜, 북 마커가 총동원된다. 머릿속에서 꺼낸 순서가 아닌, 같이 묶을 수 있는 덩어리로 적다 보면 하얀 달력 위에는 자석에 붙은 쇳가루 모양들이 생겨난다. 이렇게 내 생각을 형체로 마주한다. 분류화 작업의 어려움은 포스트잇으로 보완한다. 작업이 끝나면 벽에 붙여놓고 나와 소통한다. 생각 묶음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하지 말 것들을 솎아내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 회사에서는 마인드맵(Mindmap)을 사용했지만, 내 머릿속을 쏟아놓는 데는 달력을 이용한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한다. 텅 빈 백지가 주..

하프타임 2022.03.28

나는 쇼핑이 싫다

나는 쇼핑이 싫다.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니, 쭈욱 그럴듯하다. 뭘 살지도 모르면서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는 것이 내게는 꽤 피곤한 일이다. 계절이 바뀌면 무슨 옷이 필요한지 파악해서 구매 목록을 작성한다. 목록 작성이 끝나면 아주 큰맘 먹고 주말에 쇼핑하러 나간다. 가장 짧은 동선으로 이동하면서 구매 목록을 지워나간다. 한 가게에서 다 살 수 있으면 횡재한 날이다. 쇼핑은 내게 재미가 아니라 일이다. 그것도 어지간히 하기 싫은 일이다. 나 역시 충동구매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바지 한 벌 사려고 갔는데 아주 맘에 들면 다른 색상으로 두어 벌 더 산다. 같은 모양인데 색깔만 다르게. 이러면 다음 해까지 바지 살 일이 없다. 편리함 외에 내가 충동구매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냥, 갑..

하프타임 2022.03.24

야콥의 호박

야콥은 이웃집 아홉 살 난 꼬마의 이름이다.도나우(Donau) 동네로 이사 와서 사귄 첫 이웃의 아이다. 말없이 제 엄마 곁에 서 있기만 하던 야콥이 낯이 익자 저세상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내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바이에른(Bayern) 사투리다. 올망똘망 귀엽게 생긴 아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별나라 말에 홀려 나는 눈에 하트 서너 개는 달고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는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나를 이해 못 하는 눈치다. 야콥은 나의 표준 독일어를 잘 알아듣는다. 작년 가을 이삿짐 정리가 대충 끝나갈 무렵, 두어 번 마주친 야콥이 제 엄마와 함께 우리를 찾아왔다. 야콥 엄마의 두 손에는 커다란 호박이 들려 있었다."야콥이 추수한 호박이에요. 수프로 먹으면 맛있어요."세상에나, 저 콩알만 한 아이..

하프타임 2022.03.18

'야반도주'를 하다

2021년 가을, 남편과 나는 필사적으로 루르(Ruhr) 공업지역을 떠났다. 그곳에서 9년을 살았다. 우리들의 직장 때문에 정착한 곳이었지만 사는 내내 마음이 가지 않았다. 일단 사람이 너무 많았다. 축구 (정확히 말하면 FC Schalke 04 또는 Borussia Dortmund 축구팀) 아니면 할 얘기가 없었다. 그리고 개똥을 치우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그 동네를 떠날 이유가 충분했다. 루르 공업지역은 여러 도시로 이뤄진 메트로폴리스다. 이에 속한 대표적인 도시가 에센(Essen), 보훔(Bochum), 도르트문트(Dortmund) 등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철강과 석탄 산업의 발달로 튀르키예, 그리스, 이탈리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 지역의 탄광에서 일했다. 1960~70년대 대부분의 ..

하프타임 2022.03.09

우리들의 축제

학생 때는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시간이 여의찮아 한국에 자주 가지 못했다. 은퇴한 지금은 코로나로 묶여 옴짝달싹 할 수 없다. 참 얄궂다. 2~3년에 한 번꼴로 한국에 갈 때면 소풍날 받아놓은 아이처럼 들떠있었다. 인천 공항에서 짐을 찾아 게이트를 나서면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던 가족들이 반가움 가득 우르르 다가왔다. 30년 동안 한결같은 풍경이다. 엄마가 늘 먼저 나를 알아보셨다."딸~"공항에 있는 수많은 딸 중에 엄마 딸인 나는 단번에 그 부름을 알아챘다. 어딘가에 앉아계셨던 아버지가 서둘러 오셔서 나를 꼭 안아주셨다. 족히 한 시간은 기다리셨으리라. 시간이 되면 언니, 남동생, 막냇동생이 부모님과 함께 나를 맞았다. 11시간 장거리 비행과 그전에 이미 3시간 넘게 ..

하프타임 2022.02.25

은퇴는 처음이라

자발적 은퇴를 한 지 두 달이 넘어선다.두 달 남짓 동안 늘어지게 낮잠을 잔 적이 없으며 밤새워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를 본 적 또한 없다. 사실 나는 넷플릭스 계정이 없다. 집에 TV도 없다. 남편은 아침 6시, 나는 그보다 30분 늦게 일어난다. 먼저 잠에서 깬 남편은 과일과 오트밀을 꺼내 조리대 위에 올려놓고 달걀 두 알에 구멍을 뚫어놓는다. 식탁을 정리하고 샤워를 한 후에 나를 깨운다. 나는 씻고 부엌으로 가 과일을 잘게 썰고 오트밀을 우유에 불린다. 불린 오트밀에 채 썬 과일과 잘게 부순 호두를 섞는다. 달걀은 6분 반숙으로 익힌다. 이 스위스식 시리얼과 반숙 달걀이 우리의 아침밥이다. 내가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남편은 30분 정도 산책을 다녀온다. 집에서 몇 걸음만 걸으면 자연보호구역이다. 산..

하프타임 2022.02.17

MBTI는 과학이다?

"역시 MBTI는 과학이에요!!"내 MBTI 테스트 결과를 알려줬더니 한국에 있는 조카가 느낌표 팍팍 찍은 문자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올해 서른둘이 되는 조카와는 재테크와 관련해서 종종 대화를 나눈다. 성격 유형으로 투자 성향을 알 수 있다면서 조카는 어느 날 뜬금없이 MBTI 테스트를 권했다. 이모가 어느 유형일지 짐작은 가지만 한번 해보시라는 말도 덧붙였다.테스트 결과, 나는 ESTJ‐A(엄격한 관리자) 유형이다. 유형 설명을 나에게 비춰보자."훌륭한 질서는 모든 것의 기초이다."동의한다. "옳다고 생각되는 일은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굳은 의지!"역시 동의 한다.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단다. 이건 동의 못 하겠다. 난 부족함을 숨기지 않으니까. 안 되겠다, 내가 누구인지 리스트를 ..

하프타임 202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