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지막으로 일했던 팀에는 모든 DISC 성격 유형이 존재했다. 주도형(Dominance), 사교형(Influence), 안정형(Steadiness), 그리고 신중형(Conscientiousness). 나는 신중형이다. 관리자는 한 팀에 DISC 유형이 골고루 있으면 이상적인 팀 구성으로 여긴다. 서로 보완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퇴사한 회사에서, 한 번은 팀이 크게 삐걱댄 적이 있었다. 사교형인 동료가 그해 목표로 주도형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은 주도형과 사교형의 경계에 있는데 주도형으로 넘어가겠다면서. 한번 말 섞기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모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부서의 최신 정보는 꿰고 있는 동네 통장 같은 친구였다. 게다가 어찌나 말솜씨가 좋은지 논쟁이 붙으면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주도형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이 친구에게 팀은 떨떠름했다. 말본새가 사나워졌을뿐더러 독단적인 결정으로 팀원들과 불협화음이 생겨났다. 무엇보다도 원래부터 주도형이던 동료와 크게 부딪혔다. 원조 주도형과 주도형이 되고 싶은 동료 간의 기 싸움이 1년 정도 지속됐다. 팀의 토의사항은 어느새 둘 간의 논쟁으로 끝났고 팀원들의 불평과 불편함은 쌓여갔다. 팀이 곪아가고 있었다. 대책이 필요했다.
팀이 여러 번 중재를 시도했지만 둘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둘 중 하나를 내보내야 했다. 하지만 팀은 딱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관리자와 상담 전문가가 끼어들었다. 두 동료 간의 대화를 시도하고 해결점을 찾으려 했다. 석 달 정도의 노력에도 변화가 없자, 주도형으로 변신을 꾀했던 동료가 팀에서 강제 배제되었다. 관리자의 결정이었다.
사교적이고 바지런한 자신의 강점을 발전시키면 좋았을 텐데 그 친구는 왜 굳이 주도형이 되려고 했던 걸까? 사실 안 물어봤다. 나 역시 그의 변화가 못마땅했으니까.
모두가 주도적일 수도, 사교적일 수도 없다. 자기 고유의 색을 유지해야 팀이라는 무지갯빛을 만들 수 있다. 모두의 색을 하나로 섞으면 검정이 되어버린다. 빠른 결단력을 지닌 주도형, 밝은 분위기로 활력을 주는 사교형, 협력의 달인인 안정형, 그리고 꼼꼼한 일 처리를 하는 신중형이 어우러져 개인과 팀 전체에 이익이 되는 플러스섬 게임(Plus-sum game, 참가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게임)을 해야 한다. 내 것과 네 것이 더해져 둘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할 맛이 난다.
추가 설명: 우리 팀에서 쫓겨난, 주도형이 되고자 했던 동료는 새 팀에 투입되어 팀의 원조 주도형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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